멀어서 더 특별한 봄,감악산 출렁다리

경남에서 파주까지, 지도 위의 거리는 참 멀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고 또 올라가도, 서울을 지나야 비로소 목적지의 이름이 나타난다. ‘감악산 출렁다리’. 낯설고 낭만적인 그 이름 하나에 마음이 끌렸다.감악산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위취해 있다.총 길이 150m, 높이 45m의 이다리는 감악산 자락의 골짜기를 가로 지르며 설치되어, 다리를 건너는 동안 하늘을 걷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국내 최초 산악형 출렁다리라는 타이틀 답게,자연과 스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소다.
경남에서 이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장장 4~5시간의 거리를 감수해야 하기에 꼭 계획이 필요하다.무작정 먼 곳이 가고 싶었던 어느 날, 감악산을 택했다. 바다도, 도심도 아닌 산. 그것도 북녘 가까이에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산이라니, 묘하게 마음을 건드렸다.
도착하니 첫눈에 들어온 건 보송보송한 연두 숲, 그리고 저 멀리 실루엣처럼 걸려 있는 출렁다리였다. 산 중턱을 가로지르며 매달린 그 다리는 마치 누군가의 꿈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 발을 디디는 순간, 바람과 함께 다리가 흔들렸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이쪽 남쪽보다 파주는 봄의 숨결이 조금 더 오래 머무는 듯했다. 경남에서 봄꽃이 자취를 감춘 즈음,이곳은 아직도 연두빛 공기 속에 살며시 젖어 있었다. 연둣빛 나뭇잎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길가에 민들레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계절의 느린 걸음이 반가웠다. 마치 나를 기다려준 것처럼.계절의 시계가 조금은 느릿한 듯해,그 여백이 오히려 반가웠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다리를 건너는 동안 어쩐지 내 안의 무거움도 함께 흔들리며 조금씩 내려앉는 것 같았다. 경남에서 멀리 달려온 내 마음도 그제야 조금 가벼워졌다. 출렁이는 건 다리만이 아니라, 늘 중심을 잃고 흔들리던 내 일상도 함께였다.
다리를 건넌 후, 산자락에 앉아 찬 바람을 맞았다. 여행이란, 꼭 어디를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껴본다. 때로는 이렇게 먼 길을 돌아 나를 바라보는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악산 출렁다리는 그래서 내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호흡을 고를 수 있는 ‘쉼표’ 같은 곳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길을 돌아 내려오며 생각했다. “멀어서 좋았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겠다. 지금,잠시 멀어져도 괜찮습니다.당신에게도 그런 쉼표가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멀리 떠나는 여정 속에서, 삶은 종종 가장 가까운 마음의 중심으로 돌아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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