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덕유산 케이블카 여행

겨울 덕유산 케이블카 여행

겨울의 덕유산은 ‘하얀 숨결’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고도를 올릴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설경은 마치 다른 계절과는 완전히 단절된 또 하나의 세계였다. 산 아래에서는 아직 겨울 기운이 가볍게 감돌았다면, 케이블카가 중턱을 지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의 밀도는 점점 짙어지고, 나무들은 눈꽃을 잔뜩 머금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케이블카가 정상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차가운 공기보다도 ‘맑음’이었다. 소리도, 바람도, 사람도 모두 한 템포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고요함.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이 ‘삭삭’ 하고 고운 소리를 냈고, 그 순간만큼은 일상이 아닌, 진짜 겨울왕국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겨울 산의 장점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줬다. 능선마다 하얗게 내려앉은 눈이 마치 거대한 붓으로 한 번에 그려낸 흰 물결 같았고, 멀리 펼쳐진 산맥은 은은한 안개에 싸여 신비롭기까지 했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이 풍경의 절반도 담기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때였다.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문득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냉기마저도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몸은 차가워도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지는, 겨울 산만의 묘한 매력.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잠시 쉬어가니,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더 깊어졌다.

겨울의 덕유산은 단순히 ‘예쁜 풍경’ 이상의 경험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차곡차곡 쌓여 가던 설렘, 정상에서 마주한 압도적인 자연의 힘, 그리고 내려오며 남은 아쉬움까지. 모두가 한 여행을 완성해 주는 조각들이었다.

누군가 겨울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덕유산을 추천할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그 짧은 시간조차 일상에서 멀어져 새로운 계절을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이 되어 주니 말이다.

김동철 기자 (dckim@nu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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