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들려준 기다림의 노래 태안 꽃지해변에서

가끔은 말없이 함께 걷는 친구와의 여행이 마음 깊은 위로가 된다. 충남 태안 꽃지해변으로 떠난 하루, 바다는 우리에게 오래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자연은 고요하게 그 감동을 안겨주었다.
꽃지해변에는 ‘할아버지 바위’와 ‘할머니 바위’라는 두 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썰물 때 드러난 바닷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두 바위 앞에 마주 서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전쟁터에 남편을 떠나보낸 여인이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고, 그 소식을 들은 남편이 그녀 곁으로 와 함께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긴 세월을 마주한 두 바위는, 말없이 바라보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썰물의 시간은 그 감동을 배가시켰다. 발밑으로 드러난 바닷길은 우리를 조심스레 바위 곁으로 이끌었고, 파도 소리마저도 낮은 숨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 고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새 밀물이 빠르게 밀려와 방금 걸어온 길을 순식간에 잠기게 했다.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모든 걸 바꿔버리는 힘이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고, 마치 자연이 “이 순간을 꼭 마음에 담으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꽃지해변은 특히 일몰로 유명하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은, 사진으로만 봐도 숨이 멎을 정도였다. 아쉽게도 시간상 우리는 그 장면을 눈으로 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오히려 다음 여행을 약속하게 만들었다.
꽃지해변은 단지 예쁜 해변이 아니라, 사랑, 기다림, 자연의 흐름, 그리고 삶의 순간을 모두 품고 있는 곳이었다. 친구와 함께 걷는 길에서 나눈 말과 침묵, 그리고 바다가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이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꽃지해안로310
해변 인근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차량 이용 시 편리하며, 주변에는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어 함께 둘러보시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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