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에서 들려온 작은 만세

서대문에서 들려온 작은 만세

서울 서대문구에 자리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의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파란 하늘이 유난히 높게 보이던 날이었다. 그러나 그 하늘 아래 서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오랜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했다. 마치 그곳의 벽과 바닥이 지난 세월의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곳은 1908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이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 수감되어 조국의 자유를 외쳤고, 광복 이후에도 구치소와 교도소로 사용되다가 1987년까지 실제 수감시설로 운영되었다. 그 후 복원 과정을 거쳐 1998년 지금의 역사관으로 문을 열었다.

나는 천천히 복도를 따라 걸었다.

차가운 철문과 좁은 감방들이 이어지는 그 길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단순한 전시 공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발걸음이 멈춘 곳이 있었다.

바로 8번 감방이었다.

좁고 어두운 그 방 앞에 내가 직접 서 있는 순간, 가슴이 묵직해졌다.

책에서만 보던 이름이 하나의 공간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어린 나이에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한 소녀의 용기가 그 작은 방 안에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정말 이곳에서 버티셨구나

그 생각이 스치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복도를 지나 형무소의 넓은 마당으로 나왔다.

건물 벽면에는 커다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가슴 깊이 올라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두 손이 올라갔다.

대한독립 만세.”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외침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주말이어서인지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도 적지 않았다. 학생들, 가족 단위 방문객, 그리고 조용히 전시를 바라보는 사람들까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곳의 역사를 마주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오래된 감옥 건물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고, 누군가는 전시 기록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곳에서 고통을 겪고 희생된 사람들의 삶을 잠시나마 기억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독립운동가들뿐 아니라, 이후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수많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걷는 동안 발걸음이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벽돌 하나, 철문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와 눈물이 스며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형무소 마당을 한 바퀴 더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범한 하루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서울을 찾게 된다면 화려한 관광지뿐 아니라 이곳도 한 번쯤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눈으로 보는 역사와 마음으로 느끼는 역사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그곳을 떠나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지켜낸 나라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윤원지 기자 (myab11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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